“아이의 꿈, 그냥 귀엽다고 넘기고 계셨나요?”
아이가 “공룡이 될래”, “로봇이 될래”라고 말할 때, 많은 부모는 그저 상상력으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발달심리학에서는 이 시기의 말과 놀이가 아이의 자아개념과 직업포부(진로 방향)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아이가 자라면서 꿈을 점점 “키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기준에 맞춰 가능한 선택지를 스스로 줄여가는 과정이 함께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이 구조를 모르고 지나치면, 부모의 말 한마디가 아이의 꿈을 “현실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너무 일찍 접게 만드는 역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꿈이 계속 바뀌는 이유
발달 단계별로 보면 훨씬 쉬워집니다

고트프레드슨 직업포부 4단계 이론이란?
미국의 심리학자 린다 고트프레드슨(Linda Gottfredson)은 아이가 성장하면서 직업을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고, 그 과정에서 현실과 타협하며(Compromise) 꿈의 범위를 스스로 좁혀가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
핵심은 단순합니다. 아이는 커가면서 무한히 꿈을 확장하기보다, 사회적 규칙과 비교 경험을 통해 “될 수 있는 것”과 “될 수 없을 것”을 빠르게 구분하기 시작합니다.
1단계: 크기·힘 중심 단계 (대략 만 3~5세)
이 시기의 아이에게 “직업”은 아직 명확한 개념이 아닙니다. 대신 아이는 “작은 나”에서 “큰 나”로 성장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느끼고, 강하고 멋진 존재에 자신을 대입합니다.
그래서 공룡, 로봇, 경찰, 슈퍼히어로 같은 말이 나오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발달입니다. 이 꿈은 직업 목록이 아니라 자아 효능감(나는 할 수 있다)을 키우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육아 적용 포인트
- “그건 직업이 아니야”라고 바로 교정하기보다, 역할놀이를 확장해 주세요.
- “공룡이 뭘 하면 좋을까? 지키는 일? 발견하는 일?”처럼 질문을 바꾸면 상상력이 넓어집니다.
- 이 단계에서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도전하고 시도해보는 경험입니다.
지금 아이가 좋아하는 역할놀이를 한 가지 더 늘려보세요.
2단계: 성 역할 인식 단계 (대략 만 6~8세)
이 단계부터 아이는 주변의 메시지를 빠르게 흡수합니다. “남자/여자니까 이런 일을 한다” 같은 구분이 생기고, 친구·미디어·어른의 말이 기준이 되기 쉽습니다.
문제는, 이 시기 아이들이 생각보다 일찍 “나는 못 할 것 같아”라는 배제를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즐거움이나 흥미가 아니라, 사회적 규칙에 맞춰 선택지를 정리하려는 경향이 커집니다.
육아 적용 포인트
- “여자애가 왜 그걸 해”, “남자애가 그걸 하긴 좀” 같은 표현은 가능한 피하세요.
- 다양한 모델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세요(여성 과학자, 남성 간호사 등).
- 아이가 특정 역할에 집착해도 “그럼 더 잘해보자”는 방향이 장기적으로 유리합니다.
아이의 말 속에 “남자/여자니까”가 섞여 있진 않은지 오늘 한 번만 점검해보세요.
3단계: 능력·사회적 지위 인식 단계 (대략 만 9~13세)
이때부터 아이는 성적, 비교, 평가를 통해 “나는 어떤 수준의 사람인가”를 판단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직업도 “멋있다”가 아니라 “나는 가능할까?”로 접근합니다.
부모가 실수하기 쉬운 지점이 여기입니다. 아이의 일시적인 결과를 보고 “너는 이쪽이 아니야”라고 단정하면, 아이의 머릿속에서 선택지가 빠르게 삭제될 수 있습니다.
육아 적용 포인트
- 결과보다 과정 중심 피드백이 효과적입니다: “어디가 어려웠어? 다음엔 어떻게 해볼까?”
- “재능”보다 “연습”을 강조해 주세요(성장 마인드셋).
- 실패는 능력 부족이 아니라 학습 과정으로 해석하게 돕는 것이 핵심입니다.
아이의 최근 노력 한 가지를 구체적으로 칭찬해보세요. 막연한 칭찬보다 효과가 큽니다.
4단계: 현실적 선택 단계 (청소년기 이후)
마지막 단계에서는 성별 기대, 능력 평가, 사회적 지위, 경제적 현실 등을 함께 고려해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괜찮은 선택”으로 진로를 구체화합니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선택이 진짜 “자유로운 선택”인지, 아니면 어릴 때부터 누적된 메시지로 인해 너무 일찍 포기한 결과인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영유아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결론
고트프레드슨 이론이 육아에 주는 현실적인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아이들은 커가면서 꿈을 무한히 확장하기보다, 사회적 규칙과 비교 경험을 통해 꿈을 줄여가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유아 시기에는 조기 진로교육보다 더 중요한 목표가 있습니다. 바로 “가능성은 열어두는 육아”입니다.
- 상상은 억제하기보다 확장해주기
- 성 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말 줄이기
- 결과 단정보다 과정 중심 질문 늘리기
이 3가지만 지켜도 아이의 선택지는 훨씬 넓어질 수 있습니다.
마무리: 부모의 한 문장이 아이의 선택지를 만든다
아이의 꿈이 자주 바뀌는 건 흔들리는 게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당연히 일어나는 탐색입니다. 부모는 꿈을 “현실로 끌어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현실을 조금 더 넓게 보여주는 사람이 되어주는 편이 장기적으로 유리합니다.
오늘부터는 아이의 꿈을 판단하기보다, 질문을 바꿔보세요. 그 차이가 아이의 미래 선택지를 바꿉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아이가 “공룡이 될래” 같은 말을 하면 바로 현실적으로 설명해줘야 하나요?
A. 보통은 바로 교정하기보다 역할놀이를 확장하는 방식이 좋습니다. 이 시기의 꿈은 직업 선택보다 자아 효능감과 상상 확장의 성격이 강합니다.
Q. “남자/여자니까” 같은 말이 아이에게 정말 영향이 큰가요?
A.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큽니다. 아이는 주변의 메시지를 빠르게 규칙으로 받아들이며, 그 규칙이 선택지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Q. 아이가 “난 못할 것 같아”라고 말할 때 가장 좋은 반응은 뭔가요?
A. 결과를 단정하지 말고 과정을 질문하세요. “어디가 어려웠어? 다음엔 어떻게 해볼까?”처럼 접근하면 자기평가가 지나치게 낮아지는 것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참고문헌 및 근거 자료
- Gottfredson, L. S. (1981). Circumscription and compromise: A developmental theory of occupational aspirations.
- Gottfredson, L. S. (2002). Gottfredson’s theory of circumscription, compromise, and self-creation.
- 진로발달 및 자아개념 발달 관련 발달심리학 일반 교재(아동기 사회화, 자기효능감, 성장 마인드셋 연구 포함)








